6년 만에 드러난 진실: LG화학 실험실 폭발 사고와 책임의 경계

대전에 위치한 LG화학기술연구소. [창조건축 홈페이지 캡처]
2019년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한 실험실 폭발 사고가,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LG화학이 의뢰한 실험 도중 발생한 참사로 3명의 연구원이 목숨을 잃고,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던 이 사건은 언론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유일한 생존자에게 LG화학이 1억5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폭발 사고의 시작, 그리고 사라진 증거들
2019년 5월 13일, LG화학 석유화학연구소는 외부 실험실의 대형 반응기를 임차해 파일럿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기존에 수입해 사용하던 화학물질을 국산화하기 위한 단계였습니다. 500L급 반응기에서 진행된 이 실험은 예기치 못한 폭발로 이어졌고, 연구소장 A씨를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습니다.
A씨는 LG화학 연구원들이 작업계획서와 달리 특정 화학물질의 투입을 요구했고, 이에 따른 온도 급상승이 폭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주요 증인이 모두 사망하고, 명확한 증거가 남아있지 않아 사고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사건 이후 검찰은 LG화학 법인과 소속 연구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2심, 대법원 모두 같은 판단이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LG화학은 법적으로 과실이 없다고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러나 형사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민사재판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폭발사고의 사고원인이 불명확하다는 법원 판결문.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 서비스]

대법원. [연합]
민사재판, 유일한 생존자에게 내려진 법원의 판단
생존자 A씨는 LG화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실험이 LG화학의 관리·감독 하에 진행된 만큼, 사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치료비와 예상 수입 손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포함해 총 1억4696만 원의 배상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단지 ‘산업재해’로 끝날 수 없는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누가 관리했으며, 누구의 책임이었는지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도, 생존자의 피해를 어느 정도 보상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판결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
산업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책임이다
이번 사건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관리 책임, 특히 대기업과 외부 하청 또는 협력 업체 간의 구조적인 위계 문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대형 반응기 같은 고위험 실험이 외부 시설에서 진행됐음에도, LG화학 측은 실험 전반을 관리·감독했습니다. 그럼에도 형사책임은 회피되고, 민사에서 일부 책임만 인정된 현실은 우리 사회가 ‘산업안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듭니다.
우리가 반드시 되짚어야 할 질문
“사고의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해서 책임도 불분명해야 하는가?”
이번 사건은 과학기술 기반의 고위험 산업에서 책임 구조의 모호성이 얼마나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과실을 입증하지 못해 무죄, 그러나 민사 재판에서는 ‘관리자의 책임’이라는 큰 틀에서 유죄. 이 괴리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남깁니다.
LG화학이든, 다른 기업이든 간에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손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사고 이후 6년이 지나서야 배상을 받는 현실은, 책임이 얼마나 느리게 실현되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사건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현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며, 법의 판단을 넘어 도덕적,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슈입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법적 대응과 사회적 관심이 모여야 비로소 "다음엔 더 안전한 환경"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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